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저는, 제임스 건이 연출한 슈퍼맨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의 슈퍼맨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제임스 건 감독이 슈퍼맨이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를 어떻게 진행할지 기대와 동시에 약간의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두들겨 맞는 슈퍼맨이라니...’, ‘탄생의 비밀이 없는 슈퍼맨이라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이건 정말 재미있겠다. 역시 제임스 건.’이라는 확신이 생기며 영화를 맞이했습니다.
모든 생명을 위한 슈퍼맨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슈퍼맨의 가치관입니다. 모든 생명을 보호하려는 슈퍼맨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람쥐 한 마리까지 구하려는 장면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히어로 영화를 보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임스건의 슈퍼맨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슈퍼맨은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고 인간이 아닌 존재도 소중하다고 가치관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심지어 빌런까지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보호를 우선으로 합니다.
헨리카빌의 슈퍼맨이 '왜 인간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존재자체를 고민을 하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헨리카빌의 슈퍼맨은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비슷하게 힘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이었다면,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혼란스러운 빌런과의 싸움에서 사소한 것들을 챙기려는 모습, 동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 등 관객에게 '나 이렇게 선한 슈퍼맨이니까 이해해 줘', '생명은 소중해'라고 반복적으로 선함을 실천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이번 슈퍼맨에 실망하는 관객들이 있었다면 이러한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약간의 지루함은 있었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판단할 때 재미없는 영화라고 평가할 정도의 영향은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개성이 뚜렷한 슈퍼맨이라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협업으로 완성되는 영웅
이번 슈퍼맨은 서두에도 언급한 것처럼 출생의 비밀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 세계에서 슈퍼맨은 모두가 아는 슈퍼스타이고 그 세계를 관객은 맞이하게 됩니다. 그린랜턴, 호크걸, 미스터 테리픽 등 주변 히어로들이 등장하면서 '슈퍼맨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을 합니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이 특별한 이유는 인물 소개 시간을 줄이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강한가 보다 어떻게 협업하는가를 통해 모두가 제 역할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그랬듯이요. 그리고 핸리카빌의 슈퍼맨과는 다르게 긴장감 있는 액션 속에서 창의성과 유머를 곁들인 액션도 보여줍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는 슈퍼맨이 어려움을 겪지만 그 외의 후속작에서는 싸움 현장에 슈퍼맨이 없으면 허무하게 무너지는 동료들의 몸부림과 그저 해결사로만 등장하는 슈퍼맨의 반복만 있었습니다. 반면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존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균형을 잘 지킨 제임스 건
우리는 모두 '어벤저스: 인피니티워', '어벤저스:엔드게임'을 보았기 때문에 단순한 볼거리에 쉽게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볼거리만으로는 흥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에 편하게 시청하려는 히어로무비에서 계속 메시지를 던지려는 영화들 때문에 쉽게 피로를 느끼고 히어로 무비에서 점점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제임스 건 특유의 유머는 캐릭터를 가볍게 만들지 않으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장치로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머는 상황을 바꾸는 방향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유머가 위기 상황이 해결되는 결정적인 요소로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 주목할 점은 주인공은 약함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움을 청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흔들립니다. 영화 속 시민들은 강함때문에 슈퍼맨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치관 때문에 슈퍼맨에 열광하게 하게 됩니다. 빌런의 동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빌런 힘으로 슈퍼맨을 찍어 누르려고 하기보단 슈퍼맨 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보, 여론조작, 평판하락, 좋은 두뇌로 위협을 가하고 관객들은 슈퍼맨의 힘과 빌런의 신념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결국 싸움의 본질은 누구의 가치가 설득력이 있는가의 문제로 나아갑니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힘보다는 선함과 협업을 강조한 영화입니다. 제임스건 감독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강한 힘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선함과 협업으로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